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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둘째의 유치원에서 사흘 동안 참관수업이 열렸습니다. 첫째 날은 오카리나, 둘째 날은 체육, 셋째 날은 영어 수업이었습니다. 평소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에서 매일 함께 지내지만 친구들과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까지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아이가 배운 것을 얼마나 잘하는 지보다 어떤 표정으로 참여하고, 저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지켜보는 동안 알지 못했던 마음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카리나 수업에서 엄마를 앞으로 불렀습니다
첫째 날에는 아이들의 오카리나 연주를 들었습니다. 수업 중 부모 두 명이 선착순으로 앞으로 나가 아이들과 함께 악기를 연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때 아이가 갑자기 “엄마 해! 엄마!”라고 저를 불렀습니다. 평소와 다른 반응이라 조금 놀랐습니다. 태권도장 앞에서 다 같이 인사할 때 제가 손을 흔들면 “엄마, 손 흔들지 마. 다른 엄마들은 손 안 흔들잖아”라고 말하던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가 이번에는 먼저 저를 앞으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아이의 목소리에 힘입어 앞으로 나갔고, 아이들과 오카리나 합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객석에서 연주를 듣는 것과 같은 자리에서 함께 소리를 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평소에 보이던 반응만으로 아이의 마음을 짐작하지 않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날에는 부모의 손짓을 부끄러워하고, 어떤 순간에는 먼저 함께하기를 원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날 아이가 보내는 표현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체육 수업에서는 표정과 참여 모습을 보았습니다
둘째 날 체육 참관수업은 복도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무척 신나게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둘째도 즐겁게 몸을 움직이다가 중간중간 제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듯 바라보았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고, 다시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저를 찾아보는 모습과 신나게 수업하는 모습을 번갈아 보니 그날의 아이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체육 수업이라고 하면 동작을 잘 따라 하는지,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하는지에 시선이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가 활동을 즐기는 표정과 스스로 참여하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참관수업에서는 완성된 결과 외에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떤 활동에서 표정이 밝아지는지, 어려운 순간에도 다시 참여하는지처럼 아이가 수업을 경험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부모가 지켜보는 날에는 평소보다 들뜨거나 긴장할 수 있으므로, 한 번의 모습으로 평소 생활 전체를 판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몇 주 전부터 영어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셋째 날은 영어 수업이었습니다. 아이는 참관수업이 열리기 몇 주 전부터 “엄마 보여주려고 나 영어 노래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 꼭 와야 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이에게 이번 수업이 기다려지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을 보여줄지 미리 설명을 듣지는 않았지만, 저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는 마음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아이들이 ‘I Can’ 노래를 율동과 함께 부르는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새 이렇게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 가사를 얼마나 정확히 부르는지보다 몇 주 전부터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던 아이의 기대가 떠올랐습니다. 참관수업에 가기 전에 아이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들어두면, 현장에서 그 아이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의 마음을 들었습니다
참관수업이 끝난 뒤 아이는 지난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여섯 살 때는 엄마가 못 오고 아빠랑 할머니가 와서 조금 눈물이 났었어. 그런데 일곱 살 때는 엄마가 와서 나 더 신나게 했어. 너무 좋았어.”
지난해에는 아빠와 할머니가 참석했지만 아이에게는 엄마도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빠와 할머니가 함께한 시간이 덜 소중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아이가 그날 느꼈던 아쉬움과 이번의 기쁨을 자신의 말로 들려준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부모가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지난해에는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참석 여부만큼 아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느꼈는지 들어보는 일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수업을 보는 동안에는 신나게 활동하는 모습만 보였지만,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중간중간 저를 찾아보던 장면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부모의 소감과 아이의 소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관수업을 마치면 부모는 “잘했어”, “많이 컸네”라는 말을 먼저 건네기 쉽습니다. 저도 이번에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인상 깊게 본 장면과 아이가 기억하는 순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수업 후에는 평가를 묻는 질문보다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을 건네볼 수 있습니다. “오늘 어떤 시간이 가장 좋았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뭐였어?”처럼 대화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바로 답하지 않는다면 서둘러 이야기를 끌어내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가 본 모습을 구체적으로 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체육 시간에 엄마를 보고 손을 흔들어 줬지”, “함께 오카리나를 연주해서 엄마도 즐거웠어”처럼 말하면 그 장면을 함께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는 수업이 끝난 뒤 지난해의 마음까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저는 이번 참관수업을 단순히 아이가 즐겁게 참여한 날로만 기억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자랐지만 여전히 엄마가 반가운 아이입니다
내년이면 둘째도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친구들과 연주하고, 체육 활동에 참여하고, 준비한 영어 노래를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성장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와서 더 신났다는 말을 들으니 여전히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이번 사흘 동안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실수 없이 완성한 발표가 아니었습니다. “엄마 해!”라고 부르던 목소리와 복도에 있는 저를 향해 흔들던 손, 그리고 수업 뒤 들려준 솔직한 마음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동안에도 부모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참관수업은 아이가 무엇을 배웠는지 보는 시간이면서, 제가 알고 있던 아이의 모습에 새로운 장면을 더한 시간이었습니다.
